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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상

유방암 치료 후 (탈가발 후기)

by 봄봄_Blue 2024.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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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항암 이후

 

AC 항암을 끝내고 파클리탁셀 항암을 하면서부터 머리가 아주 조금씩 자라기는 했는데 거의 솜털 수준이었다.

집에 있을 때는 비니도 쓰지 않고 편하게 지냈고 밖에 나갈 때는 비니 모자를 쓰고 다녔다.

결혼식 같은 행사가 있지 않으면 사람들과 만날 때도 모자 가발을 쓰고 나갔다.

 

워낙 편함을 추구하는 편이라 웬만하면 통가발을 안 쓰고 다녔다.

하지만 회사에 복직을 하면서 통가발을 쓰게 됐다.

회사도 내 사정을 알고 있으니 그냥 모자를 쓸까 했다가 사회적 이미지도 있다보니 통가발을 구매했다.

그리고 복직 이후 5개월, 마지막 항암 이후 9개월을 가발을 쓰고 다녔다.

 

박승철 스튜디오 가발 구매 후기 (vs 하이모 레이디)

 

박승철 스튜디오 가발 구매 후기 (vs 하이모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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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항암 후 9개월 차 머리길이

 

마지막 항암 이후 머리가 빨리 자라기를 고대하며 나름대로 머리길이에 대한 계획을 세웠었다.

막연히 9~10개월 정도 자라면 머리가 꽤 자랄 것이고 그 때 쯤이면 여름이니 그때에 맞춰 탈가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계산으로는 마침 딱 더울 때쯤 탈가발 할 정도의 머리길이가 될 것 같아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9개월 차의 머리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기르면서 알게 된 건데 같은 길이라도 단발 상태에서의 10cm 기르는 것과 두피부터 10cm 기르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똑같은 길이라도 밑에서부터 10cm와 두피부터 10cm는 길이감이 달랐다.

두피부터 10cm가 자라도 귀 부근 정도까지밖에 오지 않으니 흔히 생각하는 숏컷보다도 더 짧았다.

 

마지막 항암 이후 10개월 차에 진입했는데 지금 내 머리 길이는 흔히 숏컷하면 생각하는 고준희 숏컷 보다도 더 짧다.

친구가 현재 내 머리길이랑 비슷하다고 이런 스타일링을 해보라고 추천해 준 사람은 외국 배우 미아 패로우.

 

미아 패로우 사진 보기

대략 이 정도의 머리 길이와 스타일이다.

 

 

 

 

 

탈가발의 계기

내가 보기에 아직 내 머리길이가 원하는 만큼 길지 않아 몇 날며칠 가발을 벗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

거울 보면 조금만 더 길러볼까 싶다가도 밖에 나가면 너무 더워서 이건 아닌 것 같다 생각하고 다시 실내에서 좀 시원해지면 좀 더 버텨볼까 하는 생각의 무한 반복이었다.

그런데 여름 날씨는 더워도 너무 더웠다.

원래 더위를 많이 타지 않는 편인데 가발을 쓰고 있는 탓인지 호르몬 주사를 맞는 탓인지 너무 더운 것 같았다.

집에 와서 가발과 속모자를 벗으면 머리에 아주 땀이 뻘뻘 이었다.

땀 때문에 가발 앞머리가 이마에 붙는 것도 신경 쓰이고 앞으로 더 더워진다는데 이대로 더 쓰고 다니긴 힘들 것 같아서 과감하게 탈가발을 하기로 결정했다!

 

짧은 머리 스타일링

탈가발 결심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미용실 방문이었다.

몇 달 전 중구난방으로 자라는 머리를 다듬으러 미용실을 갔던 이후로 오랜만의 미용실 방문이었다.

지난번 방문에서 생각보다 머리길이가 많이 컷팅되어 한동안 미용실을 안 갔었다.

한 올 한 올이 소중한데 길이를 너무 자른 것 같아서 맨날 그때 안 잘랐으면 더 길었을 텐데 후회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절대! 길이는 자르지 않고 스타일링 가능한지만 보겠다고 생각하고 미용실을 갔다.

그래도 몇 달 지났으니 스타일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갔는데 이번에 간 미용실에서도 아직은 안된다고 했다.

너무 짧아서 펌 같은 게 불가능하다고 현재는 조금 다듬는 정도의 컷팅이 최선이라고 했다.

길이를 자를 생각은 없어서 그냥 올까 했는데 이미 샴푸도 받은 상태라 드라이만 하고 나오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길이를 자르지 말라는 조건을 달고 다듬기만 했다.

내 상황을 말하니 디자이너 분이 스타일링이 안 된다고 하시면서도 이 상태에서 최선이라는 스타일로 다듬어주셨다.

드라이하면서 최선의 스타일링을 해주셨는데 길이 상으로는 내 마음에 차진 않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듯했다.

미용실에 돈 쓴 것도 아까워서 이 날 모자 없이 돌아다니고 친구도 만나러 갔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가족들도 그 정도면 가발 안 써도 될 것 같다고 하고 친구도 일부러 숏컷 머리를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한번 모자도 가발도 없이 돌아다녀보니 세상 머리가 가볍고 시원했다.

그래서 이 날 용기를 얻어 탈가발을 결심했다.

 

 

 

 

 

 

 

​탈가발 후 주위 반응

가족들과 친구들은 내 상황을 워낙 잘 알고 있고 이전부터도 많이 자랐다 괜찮다 용기를 주어서 괜찮았다.

하지만 한 번도 통가발을 벗고 회사에 가본 적은 없어서 탈가발 후 첫 출근날에는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됐다.

회사에서도 어느 정도 내 상황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회사는 회사이기에 처음 사무실에 들어갈 때 떨렸는데 아무래도 내 상황을 알다 보니 그냥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네 정도로만 이야기하고 크게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냥 잘 어울린다고 해줬고 내 상황을 잘 모르는 다른 팀 사람들도 파격적으로 잘랐다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너무 관심 집중되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것 없이 잘 넘어간 것 같다.

역시 사람들은 생각보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걱정은 혼자 사서 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친한 사람들한테는 탈가발을 한 거라고 말해줬는데 그분들은 이전 머리가 전혀 가발인지 몰랐다고 했다.

전혀 티가 안 났다고 하는데 제대로 위그 스튜디오에서 구매한 가발은 내가 봐도 신기할 정도로 가발 퀄리티가 좋긴 하다.

 

 

 

 

 

 

탈가발 이후 

생각보다 무난히 탈가발 신고식을 마치고 계속 가발을 벗고 돌아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볼까 봐 걱정했었는데 한번 벗고 다니니 이제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다닌다.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거울을 보지 않는 이상 짧은 머리를 잘 못 보니 더 자각을 못하는 것 같다.

 

탈가발을 하기 전 내가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는 주변에서 짧은 머리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첫 번째 걱정은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였고, 두 번째 걱정은 길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였다.

그런데 막상 가발을 벗고 나니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사정을 다 아니 그렇게 이상하게 보지 않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모르니 그냥 원래 저러고 다닌다고 생각하든 아예 관심이 없든 해서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나를 아주 잘 알지도, 아예 모르지도 않는 애매한 거리의 사람들이 내 사정도 모르고 나를 한번 보고 지나치지도 않아 좀 신경 쓰이기는 하는데 그분들도 그냥 어? 머리 자르셨네요? 좀 놀라고는 그냥 지나간다.

괜한 마음에 조금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이 정도 신경 쓰이는 것은 내가 무시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탈가발을 하기 전까지는 걱정이 많았는데 벗고 나니 세상 시원하고 편하고 좋다.

계속 벗고 다니니 눈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점점 더 더 괜찮아 보이는 것도 같다.

그리고 계속 봐서 그런지 가발을 쓰고 다닐 때보다 머리가 훨씬 빠르게 자라는 느낌이다.

탈가발 하고 대략 10일쯤 되었는데 머리가 처음 가발 벗었을 때보다 좀 덥수룩해진 느낌이다.

나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엄마도 머리가 그새 긴 것 같다고 한다.

가발을 벗고 다녀서 그런가 더 빨리 자라는 느낌이라는데 착시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은 좋다.

 

아직까지는 짧은 기장이고 윗머리가 짧은 상태라 밑에 머리랑 밸런스를 맞춰주려면 윗머리가 밑에까지 자랄 동안 계속 아래 머리를 정리해주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계속 미용실에 가서 다듬다가 스타일링을 할 수 있는 길이가 된다고 하면 바로 스타일링을 할 생각이다.

신생아 때부터도 머리가 꽤 자란 상태로 태어나서 내 생애 이렇게 짧은 머리를 해본 경험이 없는데 덕분에 민머리부터 초숏컷에 긴머리까지 모든 머리스타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와 새로운 경험이긴 한데 그래도 단발 정도가 될 만큼 머리가 빨리 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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