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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상

유방암 수술 입원 2일차 (수술 당일)

by 봄봄_Blue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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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입원 1일차 (입원, 수술 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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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입원 2일 차 (수술 당일)

1. 수술 전 준비
2. 수술을 하기까지
3. 수술실
4. 수술 후

 

수술 전 준비

병원에 입원하고 처음 알게 된 것이 있다.

병원의 하루는 일찍 시작해서 일찍 저문다.

아침 6~7시면 분주해지고 저녁 9시에 병실 소등을 한다.

저녁 9시에 소등할 때부터 아침이 이를 거라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미처 알지 못해 늦게 잤는데 아침에 일찍 깨게 되었다.

숙면으로 수술 전 컨디션을 조절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수술 당일에는 수술 위치 표시를 위해 초음파실에서 마킹 시술을 한다.

항암 전 클립삽입을 할 때처럼 국소마취를 하고 초음파로 위치확인을 해서 표식을 넣는 시술이다.

이후 잘 삽입됐는지 확인한다며 맘모그래피 촬영을 했는데 나는 흉벽 근처라 안 보이는 위치에 있다며 수십 장을 찍었다.

이리 찍고 저리 찍고 눌러 찍고 돌려 찍고 난리였는데 한참을 찍다가 간신히 통과돼서 병실로 돌아왔다.

찍으면서 선생님이 어지러울 수 있으니 아래는 보지 말라 했었는데 왜 그러지 싶다가 슬쩍 아래를 보고 이유를 알았다.

살짝 아래를 보니 머리카락 같은 게 붙어있는 거 같아서 살짝 집어 떼내려고 했는데 손 대보니 그게 얇은 철사였다.

클립삽입은 완전히 삽입돼서 밖으로 보이는 게 없어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곧 수술이라 그런지 철사가 나와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잡아당겼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아마 선생님이 그걸 보고 놀랄까 봐 보지 말라고 하신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시술 후에는 침대에 타고 가야 한다고 해서 걸어 내려갔다가 침대에 실려 올라왔다.

드라마 장면에서나 보던 침대 타고 가는 병원 천장 뷰를 보았다.

나름 색다르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올라와서 수술 시간에 맞춰 부종 방지를 위한 압박스타킹도 신고 속옷 탈의도 하고 오른팔에 혈관라인도 잡고 대기했다.

그런데 전날 들었던 예상 수술시간이 되어도 나를 부르는 콜이 안 왔다.

수술이 지연되나 보다 생각하며 있었는데 얼마 후 멘털붕괴를 일으키는 소식을 들었다.

 

 

 

 

수술을 하기까지

갑자기 간호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오른쪽에 석회가 보여서 유방확대촬영으로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그게 잘 전달이 안된 것 같다며 다시 촬영을 하러 내려가야 한다고 하셨다.

만약 모양이 안 좋아서 조직검사를 해야 될 상황이면 이번 수술에서 같이 떼낼 것이고

그러면 오른쪽도 위치표시하는 초음파 시술을 하고 바로 수술실로 갈 거라고 하셨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멘털이 붕괴되었다.

미리 오른쪽도 한번 찍어봐야 할 것 같단 말이라도 들었으면 나았을 텐데 수술당일 갑자기 들으니 날벼락이었다.

도대체 오른쪽 석회는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이전에 찍은 걸 다시 보다가 걸린 것인지

아님 애초부터 이렇게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중간에 오더가 누락된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순식간에 오른쪽 팔에도 Arm Save 팔찌가 채워지고 오른팔에 잡아둔 수술용 혈관라인도 오른발로 옮겨갔다.

이 와중에 수술용 바늘은 굵은데 발등은 혈관이 얇아서 라인을 잘 잡을 수 있을지 선생님들 3명이 와서 토론을 했다.

이쯤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오른쪽에도 뭐가 있으면 한 번에 다 떼내는 게 맞는데 이게 만약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내 기수가 더 올라가는 건지 후항암도 하게 되는지 내 상태는 안 좋은 것인지 여러 가지로 머리가 복잡했다.

오른쪽을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너무 좋은 건데 한번 의심을 받으니 매우 찝찝했다.

계속 추적관찰 해야 하는 위험의 씨앗이 있는 건가 싶어 심란했다.

싱숭생숭한 가운데 다시 침대에 실려 내려가 유방확대술 촬영을 했다.

발에 주사를 꽂은 건 처음이라 제대로 걸어도 되는지도 모르겠고 바늘 끝이 발목에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들어 아팠다.

이쯤 되니 멘털이 탈탈 털려 이거고 저거고 그냥 빨리 수술실 들어가서 마취 후 잠들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수술하는 게 무섭고 그런 생각도 없고 그냥 빨리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멍하게 있는데 다행히 오른쪽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드디어 수술실로 가게 됐다.

수술실 가는 게 이렇게 반가워질 줄은 몰랐다.

11시 반 예정이라고 했던 수술을 2시 넘어서 들어갔다.

 

 

 

수술실

우여곡절 끝에 드라마에서나 보던 금단의 구역인 수술실 안에 들어갔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은 아니라 자세히 구경하고 싶었는데 안경을 벗고 가서 제대로 보이는 게 없었다.

내부는 의외로 응급실 같은 느낌으로 넓은 내부에 커튼으로 가림막 되어 안에 이동식 침대들이 있는 듯했다.

들어가자마자 수술실이 쫙 늘어져있고 텅 빈 수술실에서 대기할 줄 알았는데 그런 차가운 느낌은 아니었다.

회복실과 대기실로 쓰이는 공간이 있어 그곳에서 대기를 하다가 수술에 들어갔다.

듣기로는 종교가 있으면 대기 시간에 목사님이 오셔서 좋은 말씀도 해주신다고 하는데

지연된 상태라 그랬는지 무교라 그랬는지 대기 없이 바로 신원체크하고 주의사항 체크하고 수술실로 향했다.

잠깐이었지만 수술대기장에 있으면서 수술실 선생님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커피 이야기인 것 같았는데 베트남에서 사 왔는데 맛이 어떻고 어쩌고 뭐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난 그게 참 좋았다.

나한텐 너무 큰일이고 처음이고 무섭지만 여기 계신 분들한테는 이게 직장이고 일상이고 늘 하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한텐 무섭지만 제삼자의 시각에선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그냥 반복되는 일상의 일, 너무 엄청나고 크지 않은 일.

그런데 정말 직장에서 할 법한 이야기, 소소하게 뭘 샀고 맛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진짜 직장이구나 일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정이 되었다.

덕분에 긴장하지 않고 여기서 늘 이루어지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수술장에 계신 선생님들은 아무래도 수술 짱이라 그런지 다른 분들보다 훨씬 친절하고 공감을 하며 말해주셨다.

'드디어 오셨네요. 사진 찍느라 고생하셨겠어요. 사진 확인 잘했고 결과가 좋아서 왼쪽만 수술할 거예요.'

여러모로 수술이 지연돼서 나만 기다린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도 나를 기다리셨나 보다.

또 신원체크 하고 마취에 들어가는데 마스크를 대고 심호흡하랬는데 생각보다 호흡이 안 돼서 당황했다.

마취가스인지 이상한 냄새가 났는데 그래서 그런지 바로 속이 안 좋아졌다.

수술하기 전에 토할 것 같아서 이래서 금식시켰나 했다.

급하게 입으로 숨 쉬며 혈관에도 마취약이 들어가고 서서히 마취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수술 후

마취 전에 교수님을 보고 교수님과 약간 대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교수님이 오기 전에 마취된 거 같다.

다른 방에서 수술 중이신 교수님께 준비됐다고 전하라는 전화 통화를 들은 것 같은데 이후 기억이 없다.

그러다 눈떠보니 어느새 회복실이었고 병실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의식이 생기면 아플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프진 않았고 눈 뜨자마자 화장실이 가고 싶었다.

수술실 밖으로 나와 보호자와 병실로 올라왔다.

이 때는 간호병동도 보호자 1명은 들어올 수 있었다.

발에 있던 혈관라인을 다시 오른손등으로 옮기고 옮기자마자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마취가 다 안 풀려서 너무 어지럽고 속이 안 좋았다.

그리고 수술 중에 호흡관 넣은 거 때문에 목이 너무 아팠다.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호병동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다.

화장실 간다고 조금 움직이니까 마취가스가 빠져나가는 건지 용트림이 나왔다.

와 진짜 속도 안 좋고 수술 또는 못하겠다 했었는데 마취가스가 빠져나가니 또 금세 빠르게 회복이 됐다.

그래서 나는 수술 후에 힘들어도 살짝 움직여보는 걸 추천한다.

움직이면 움직임 때문에 트림이 나오는 거 같은데 정말 마취가스 빠져나가면 좀 괜찮아진다.

2시 넘어 수술실에 들어가서 병실에는 7시쯤 올라왔고 마취 때문에 헤롱헤롱하다가 좀 정신이 든 건 8시쯤이었다.

정말 의외로 수술 부위가 아프기보다는 목이 너무 아프고 발등에 잡은 주사라인이 더 아팠다.

선생님이 저녁 빼놨는데 맛이라도 보라고 해서 저녁으로 죽을 먹었는데 오! 세상 꿀맛이었다.

첫 숟가락 뜨기 전까지는 속이 아직 안 좋아서 못 먹을 줄 알았다.

그런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쌀죽이 넘어가니 건조하고 아프던 목이 코팅되면서 덜 아파지고

전날 저녁 이후 24시간 정도 금식하다가 음식물이 들어가니 정말 눈이 번쩍 뜨이고 정신이 맑아졌다!

원래 밥순이인지라 정말 밥 들어가니 살 것 같아지고 급속으로 에너지가 충전됐다.

다른 건 아직 부대껴서 안 먹고 쌀죽과 호박죽만 먹었는데 쌀죽 먹으며 달달하게 호박죽 조금씩 먹어주니 아주 꿀맛.

수술 후 식사 맛보는 것도 추천한다.

저녁에는 수술 끝내신 교수님이 회진을 오셨다.

교수님 회진 타임이 되면 카톡으로도 교수님 회진하니 자리에 있으라고 알림이 온다.

교수님이 부분절제 수술 잘 됐고 감시림프 4개 뗐는데 그중에 뭐 나온 게 없다고 림프도 괜찮다고 하셨다.

내일 퇴원하시고 최종결과는 예약 잡아줄 테니 약 10일 후 외래 오라고 하고 쿨하게 가셨다.

본인 할 말만 하시고 10초 컷으로 가시는 교수님이셨지만 수술이 잘 끝났다니 그저 감사할 뿐.

회진 꿀팁이 있다면 레지던트 선생님이 회진 오면서 교수님께 브리핑을 하는데 그걸 듣는 게 더 자세한 것 같다.

내가 대충 들은 거는 블라블라 네거티브고 4개 중에 0개고 특이사항 없다고 들은 거 같다.

추측을 하자면 나는 호르몬 양성, Her2 음성인데 Her2가 여전히 네거티브 나온 거 같고

림프 뗀 거 4개 중에 안 좋게 나온 게 0개고 다른 특이사항은 없다인 것 같다.

수술 후 배액관이 많지 않으면 부분절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배액관이 하나도 없어서 수술부위가 넓지 않고 곽청술도 안 했나 보다 추측했는데 다행히 그게 맞았다.

내가 바라던 대로 최소한의 범위로 수술이 된 것 같다.

회진 때 수술 잘됐다, 괜찮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도 좋은 소식 전하고 일찍 취침했다.

갑자기 스케줄 꼬여서 오르락내리락 고생하고 멘털 털리고 수술도 하고 피곤해서 귀마개 없이도 바로 숙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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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 입원 3일차 (퇴원,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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